큰 마음을 먹고 책으로 가득 쌓여있던 방 정리를 했다.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많았고, 엄청나게 공부한 흔적으로 가득 했고, 게중에서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해서 놀라웠다. 1998년 영화 잡지 '스크린' 11월호 애독자 카드였다. 글자 하나하나가 정성을 담아 쓴 것처럼 또박또박 적혀있었다. 꼭 나를 봐주세요, 뽑아주세요 그런 마음이었나보다. 어떤 내용을 적었을까 궁금했다. 김하늘을 무척 좋아했었나보다. 좋아하는 여자 배우, 원하는 표지 인물에 김하늘이라고 매우 크게 썼네. 98년에는 영화 업계에서 일하고 싶었나보다. 하고 싶은 말에 미국 영화 연구소에서 무슨 공부를 해야하는지, 조건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한 것을 보면 그땐 영화를 무척 좋아했었나보다. 갑자기 많이 그리워진다. 별 것 없는 시절을 할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보니 참 좋은 시절이었던 그 시절. 이 엽서는 차마 보내지 못하고 가끔씩 98년의 내가 그리워질 때 꺼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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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 31일 오후 6시 30분, 도쿄 치요다구 마루노우치에 위치한 팰리스 호텔(현: 팰리스 호텔 도쿄)은 사뭇 무거운 분위기였다. 새해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시내 곳곳은 신년을 환영하는 들뜬 분위기와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으나 유독 이곳만큼은 마치 한해를 마무리하는 듯한 무거움만이 느껴졌다. 약 8일전이었던 1월 23일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보도된 내용의 사실 확인을 위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기자회견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보도자료가 배포가 되어 보도 내용은 기정사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입을 통해 보다 정확하게 확인을 하고 싶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의 중심에 서있는 회사의 임원들이 입장을 하고 차례대로 단상에 자리를 잡았다. 사토 히데키 대표이사 겸 부사장, 카야마 사토시 특별 고문, 나가이 아키라 전무이사, 오야마 토시미치 상무이사, 나카무라 슌이치 상무이사, 야마자키 쇼이치 상임이사 순이었다. 동시에 웅성웅성했던 기자회견장은 카메라 플래시 소리로만 가득찼고 사토 히데키 대표이사는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세가의 대표이사 사토 이데키입니다. 방금 논의한 바와 같이 오늘 저는 가정용 비디오 게임 콘솔 생산을 중단함을 알려드립니다. 당사는 2001년 1월 31일 오전에 개최된 이사회에서 2001년 3월 31일에 끝나는 회계연도 말에 드림캐스트 가정용 비디오 게임 콘솔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닌텐도라는 라이벌을 넘는가 싶던니만 소니라는 신흥 강자에 밀려 영원한 2등에 머룰러야 했던, 하지만 어찌보면 콘솔 역사상 가장 치열한 도전자라 할 수 있었던 세가가 콘솔 시장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철수하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이었다. 그렇게 세가는 짧았던 영광과 길었던 치욕만을 남긴채 콘솔 시장에서의 도전을 마무리하였다.

 


 

 

미국인에 의해, 미국인을 위한

다시 시간을 되돌려 1940년 5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참일 때, 미국인 사업가 어빙 브롬버그는 미군을 대상으로 사업 기회를 발견하였다.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미군 병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기지에 주둔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여가 시간을 어떻게든 즐기고 싶어하는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 보았다. 그는 자신의 아들 마틴 브롬버그(후에 마틴 브롬리로 개명)와 아들의 친구 제임스 험퍼트를 사업에 끌어들여 미군에게 슬롯머신을 비롯하여 동전으로 작동하는 오락 기기를 제공하고자 하와이에 스탠다드 게임즈(Standard Games)를 설립하였다.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사업은 나날이 번창하였다.

 

1945년 5월, 전쟁이 막바지에 이를 시점에 어빙 브롬버그는 스탠다드 게임즈를 청산하고 사업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46년 1월, 동일한 사업을 하는 새로운 회사인 「하와이 서비스 게임즈(Service Games)」를 설립하였다. 비록 전쟁은 끝났으나 여전히 군대에서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였고 사업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1940년대 후반부터 미국 전역으로 불법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많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었다. 특히 불법 도박을 통해 흘러나온 자금이 범죄 조직의 운영 자금 또는 불법적인 사업에 사용되며 조직간의 이권 다툼으로 이어지는 등 여러 부정적인 문제가 초래되었다. 정치권에서도 불법 도박으로 야기된 각종 문제에 심각성을 인지하였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1951년 '존슨 법(Johnson Act)라 불리는 '도박 기기의 운송 및 이동에 관한 법(The Transportation of Gambling Act of 1951)' 제정으로 이어졌다. 사전에 승인 받지 않거나 허가 없이는 슬롯 머신을 비롯하여 각종 도박 기기들의 미국 각 주간(interstate) 운송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방법으로 불법 사업자들의 도박 기기 획득을 전면 차단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어빙 브롬버그)

 

어빙 브롬버그와 그의 아들 마틴 브롬버그는 이러한 강력한 제제로 인하여 미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신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일본은 태평양 전쟁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연합군의 점령 및 관리하에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일본에 주둔 중에 있는 수많은 주일 미군과 이들을 대상으로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클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이곳에서 기회를 발견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1953년 서비스 게임즈는 일본에 자회사를 설립하였고 사명도 일본 서비스 게임즈(Service Games of Japan)」으로 정하였다. 일본에서의 사업은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 전쟁의 영향으로 일본이 전쟁물자 및 보급을 위한 후방 지역이 되고 연합군의 대기 장소로 활용되면서 사업은 더욱 확장이 되었다. 사업이 안정화되며 어빙 브롬버그는 일본 이외의 지역을 눈을 돌렸고 한국, 필리핀, 남베트남 등 아시아에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였다.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사업의 행보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1959년부터 1960년 사이, 미국 정부는 불법 도박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케네디 행정부는, 특히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이 나서서 불법 도박 확산을 차단하고 엄정한 처벌을 내리고자 하는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일본 서비스 게임즈가 미군 기지에서 사업 수주를 위해 각종 뇌물을 제공하고 세금을 탈생하는 등 불법적인 활동을 했다는 정황을 포착하여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였다. 다행히 여러번의 소명 기회를 통해 뇌물 수수 및 탈세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미군은 부정적인 시선을 고려하여 일본과 필리핀의 미군 기지에서 이들의 사업을 전면 금지하였다. 핵심 지역에서 사업이 불가능해진 일본 서비스 게임즈는 향후 방안에 대하여 모색하다 겨룰 1960년 5월 31일 회사 청산을 결정하였다. 다만, 일본 서비스 게임즈의 핵심 사업인 유통과 생산을 분할하여 각각 전담할 수 있도록 별도의 회사를 6월 3일 창립하였다. 그렇게하여 탄생한 것이 유통만을 담당하는 일본 오락 물산(日本娯楽物産)」과 생산만을 집중한 「일본 기계 제조(日本機械製造)」다. 1961년, 두 회사는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 서비스 게임의 자산을 인수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다만 인수 과정에서 서비스 게임즈라는 명칭과 익숙함의 가치가 미군 내에서 높았기에 해당 사명을 유지하고 사용하는 조건이 있었고 이를 수용하면서 창립자였던 어빙 브롬버그와 마틴 브롬버그는 140만 달러에 서비스 게임즈의 자산을 넘기는 결정을 하였다. 그리고 3년 뒤인 1964년, 일본 오락 물산과 일본 기계 제조는 합병을 하게 된다. 

 

일본을 사로 잡은 어느 미국인

일본 서비스 게임즈가 나날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을 무렵, 일본에서 주일 미군으로 주둔 중에 있던 뉴욕 출신의 미 공군 장교 데이비드 로젠은 전역 이후 무엇을 해야할지 많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당시 한국 전쟁 특수로 경제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을 목격한 그는 이러한 성장의 열차에 탑승하여 기회를 찾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1952년 전역을 하고 몇년 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로젠 엔터프라이즈(Rosen Enterprise)」를 만들었다. 당시 일본은 신분 확인, 고용 증명 등의 목적으로 사진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 여기서 사업 아이디어를 발견하여 즉석 사진 기계를 미국에서 수입하여 사업에 활용하였다. 경제 성장이 가져다 준 일상의 여유는 즐길 거리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인지한 데이비드 로젠은 1957년 시카고로 날아가서 당시 동전 기반 오락 기기를 만드는 업체들을 찾아다녔다. 도박과의 전쟁으로 성장이 멈춰버린, 즉 죽어가고 있는 동전 기반 오락 기기 업체들은 데이비드 로젠의 제안을 받아들여 일본인들을 위한 게임 기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로젠)

 

데이비드 로젠의 판단은 정확했다. 파칭코, 캬바레 등 성인만의 전유물이었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게임 기기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신선함을 제공했다. 게다가 영화 배급사였던 토호(東宝株式会社)」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그들의 극장 입구 또는 로비쪽에 아케이드 게임 기기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였다. 특히 에어건을 사용하여 사냥을 하는 게임과 슈팅 게임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미국의 오락 기기 업자들에게도 데이비드 로젠은 구원자 같은 존재였다. 판매할 곳이 사라져 창고에 쌓아둘 수 밖에 없었던 각종 오락 기기들의 재고를 처리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 시장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일본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에서 수입 허가를 받아야만 했고, 오락 기기를 수입하는데 있어 기기 가격의 200%를 관세로 납부하는 등 적자가 예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기를 들여오고 2달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였다. 그만큼 일본 시장에서의 수요가 높았다. 데이비드 로젠에 따르면 사업이 정점에 이를 당시에는 당시 일본에 자신의 아케이드 기기가 없었던 곳이 없었을 정도로 사업은 호황을 누렸다고 회상한다.

 

로젠 엔터프라이즈는 1957년부터 약 2년간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서 독점을 누렸다. 물론, 언제까지나 독점은 어려웠다. 수요는 계속 증가하였으나 공급이 부족하였기에 경쟁자들이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러 경쟁자 중,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타이토(Taito, 株式会社タイトー)와 일본 오락 물산」 이었다. 두 회사는 아케이드 게임 기기와 비슷한 슬롯 머신 또는 쥬크 박스의 유통과 생산 경험이 풍부하였고 회사 규모 면에서도 로젠 엔터프라이즈와 비교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들이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진입하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합병 그리고 세가의 탄생

경쟁이 가속하되던 1964년, 데이비드 로젠은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일본 오락 물산의 마틴 브롬버그와 만나 종종 대화를 나누었다. 이러한 대화는 단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후로도 비정기적으로 계속 이어졌다. 캐주얼한 대화는 점차 경영진들이 참여하는 협상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1965년 7월 15일, 두 회사는 전격적으로 합병한다는 소식을 발표하였다. 당시에만 하더라도 로젠 엔터프라이즈와 일본 오락 물산은 일본에서 동전 기반으로 운영하는 오락 기기 사업에서 가장 큰 회사들이었다. 로젠 엔터프라이즈는 미국와 일본에서 넓은 유통망을 보유하고 수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일본 오락 물산은 서비스 게임즈와의 제휴를 바탕으로 수많은 오락 기기 라인업과 이를 생산하는 공장 그리고 풍부한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합병은 두 회사에게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 보았으며 그에 따른 막대한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합병으로 탄생하는 새로운 회사의 이름은 「세가 엔터프라이즈(Sega Enterprise)」로 결정되었다. 일본 오락 물산이 브랜드 이름으로 계속 사용하던 서비스 게임즈의 앞 부분과 로젠 엔터프라이즈의 뒷 부분을 각각 합친 결과였다. 그리고 데이비드 로젠은 신생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CEO가 되어 앞으로의 운영을 맡게 되었다. 그렇게 세가가 비디오 게임의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To be continued. 


 

출처

1. "Did you know that Sega was started by an American?", Next Generation, 1996년 12월 23일

2. "Meet the four Americans who built Sega", Kotaku, 2011년 4월 4일 

3. "IGN Presents the History of SEGA", IGN, 2009년 4월 21일

4. "セガが家庭用ゲームハード事業から撤退。ドリームキャストの製造を終了", famitsu, 2022년 3월 31일

5. "セガがDC製造中止を含めた今後の経営戦略を発表!", dengekionline, 2001년 1월 31일

6. "不安を抱えつつもソフト開発力に賭けるセガ", itmedia.co.jp, 2001년 1월 31일

7. "JAPAN: SEGA ANNOUNCES FUTURE OF DREAMCAST", AP, 2001년 1월 31일

5. "Service Games: Rise and Fall of Sega",Sam Pettus, 2013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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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day I'm gonna make great machines that fly. And me and my friends are gonna go flying together, into the forever and beautiful sky. Lylla, Teefs, Floor, and me, Rocket."

 

똑똑한 너구리, 인공 다리를 가진 토끼, 바퀴가 달린 바다코끼리, 그리고 금속 팔을 가진 수달. 로켓, 플로어, 티프스, 그리고 라일라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천당을 바라보는 모습이 좋았다. 의도된 장면이었겠지만 4명이 마치 한 곳에 누워서 철창이 없는 하늘을 상상하는 따뜻함이 느껴졌으니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뭐길래, 이건 분명 SF,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인데 왜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게 만들다니. 우주를 지키는데 가오갤에 필요한 것은 단 5가지면 충분했다. 동료, 우정, 가족, 용기, 그리고 사랑. 이렇게 멋진 것들만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뭐가 더 필요할까. 그래서 더욱 작별이라는 인사를 하기 어려울 거 같다. 더 이상 가오갤을 볼 수 없겠지만 가오갤의 기억은 내 가슴 속에서 오랫동안 남아서 숨 쉴거 같다. 그러니까, 더더욱 가오갤다운 인사를 남겨야지. 

 

"I am G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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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더욱 녹아든 시기. 오월이 그랬다. 열심히 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거. 개인적인 욕심과 실행 가능한 능력 사이에는 아무것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완벽해지고 했던 마음을 살짝 열어두니까 그 사이로 초록색의 바람이 스쳐지나가며 여유라는 선물을 놓고 간 느낌이다. 오월의 마지막 날 들은 말들은 오래오래 기억해야지. 그 말들이 있어 6월을 잘 맞이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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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조용하던 가족 단톡방에 알림이 떴다. 여행가신 부모님이겠지라고 카톡을 열었다. 안부나 그런 것은 없고 사진 몇장이 전부였다. 아제르바이잔 바쿠라는 곳이였다. 바쿠가 어디였더라. 대학원때 초빙 교수님이 대사로 계셨던 곳, 캅카스 지역에 있는 곳, 이란과 국경을 맞댄 곳, 그리고 최근 전쟁이 발생한 곳. 한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낯선 곳은 아닌 느낌이다. 
 
난 이 사진이 매우 좋다. 아빠가 또 멋진 모자를 쓰셔서, 엄마는 편하게 쉴 수 있어서. 그리고 두 분이 함께 있어서. 평소에는 조카를 돌보느라, 교회 봉사 하느라, 일 하느라, 특히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많이 지치진 모습을 느꼈는데 이렇게라도 다른 생각을 할 틈 없이 두 분이 편하게 웃으실 수 있어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렇게 여행을 다니시면서 지금만큼 행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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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학개론 101 - XBOX 관련 내용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해야할까,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에 대한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일까.

 

한참 팟캐스트를 운영할 때, 지금은 아쉽게도 못하고 있지만, 비디오 게임 관련된 내용을 다루었다. '게임학개론 101'이라는 명칭으로 스터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겁지 않게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게임에 대한 인식을 보다 대중적으로 만들고 싶어서. 주로 게임 업계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 또는 이슈들을 업계 전문가로서(단언컨데 아직도 난 부족하다) 그리고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대형 게임 회사들을 중심으로 콘솔이나 게임 타이틀의 개발과 관련된 비화를 다루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루는 내용도 점차 넓어지고 위트있는 형태에서 벗어나 진지하고 무겁게 변하였다. 물론 이전보다 많이 시간을 쏟으면서 자료의 질적인 상승도 함께 이루어지고. 문서를 만들면서 해외 자료와 사례를 많이 참고하였다. 그 과정에서 방대한 분량의 자료들이 여러 방법으로 기록되고 보관되어지고 있고 지금까지도 기록물로 생산되고 남겨지는 것에 놀라웠다. 물론 게임의 시작이 미국과 일본이었고 발전의 역사도 함께 이루어졌기에 그리고 40여년이 지닌 지금까지도 사소한 내용들의 기록들이 여전히 채워져 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아가 이런 기록물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는 소비층이 있다는 것에 질투와 부러움이 생기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쌓아온 자료들을 텍스트로 풀어보고 남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되었다. 텍스트로 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한번 공저자로 책을 써본 경험이 있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알지만, 이건 책을 쓰는 것이 아닌 나만의 공간에 오롯이 기록하는 목적이 크기에 그런 방면에서의 부담은 크게 덜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텍스트로 남겨진 파편의 조각들을 하나의 문서로 보는 즐거움도 클거 같아 스스로의 만족도 될 수 있다는 느낌도 없지는 않다. 어떠한 내용들이 기록될지는 앞으로 고민은 하겠지만 천천히 흔적을 남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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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일요일은 고장난 마음에 광기에 사로잡힌 주인공 팻에게도 여유롭게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는, 망나니 티파니에게도 요리를 함께 나눠먹고 담소를 선사한다.
 
동네 앞 공원을 걸었다. 돗자리에 누워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떤 생각을 할까 하다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멍하게 하늘을 쳐다본지가 언제였을까. 무슨 결심을 한 것도 아닌데 머리를 짧게 밀었다. 군대가는 듯한 머리가 되었다. 낮설었는데 디자이너 선생님은 정말 잘되었다고, 반삭을 안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이야기해주는데 다시 보면 볼수록 시원한 느낌이 들어 만족할 따름이다. 

 

힘겹게 한 주를 보내며 상처 받고 고생했던 영혼들을 달래 듯, 일요일은 단비 같은 느낌을 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은 달콤한 일요일을 짧게 선물하고 치열한 삶을 한 주동안 선사한다. 그래서 더더욱 일요일이 기다려지는가 보다. 그리고 내게도 일요일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다. 


Guess what? Sunday's my favorite day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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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디로든 괜찮아 데려가줘요
환하게 내려오는 햇살을 타고
묻어둔 서글픔이 돌아올 날 기다린대도
지금 난 이대로 행복해"

 

 

떠나기로 결심했으니 어디로 향할까.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떠난다는 생각을 하면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차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이렇게 여행을 생각해본지가 대학원때 남미 여행 이후 처음이니까. 

 

북미, 남미,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그리고 호주까지. 총 5개 대륙을 관통하는 하이웨이 프로젝트를 여행의 메인 테마로 잡았다. 직접 차를 몰고 5개 대륙을 운전하면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다닐 계획이다. 99%의 담대함과 거창함 하지만 1%의 무모함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살면서 이런 떨림은 정말 오랜만이다. 대학원때 유엔본부 인턴을 마치고 3개월간 남미를 여행한 이후 거의 처음이랄까. 

 

대충 가고자 하는 루트를 계산해보니 총 주행거리가 87,786km 정도 되는데 거쳐가는 국가만 약 60개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일생 일대의 여행이 될 거 같다는 느낌이다. 

 

일단 시작은 미국에서 시작해서 아르헨티나까지 간 뒤(팬아메리칸 하이웨이), 배를 타고 또는 비행기를 타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서 북상하여 이집트에 도착한 후(트랜스 아프리카 하이웨이 루트 4), 그곳에서 서쪽으로 지중해가 보이는 연안 도로를 타고 세네갈까지 이동하고(트랜스 아프리카 하이웨이 루트 1) 여기서 배를 타고 스페인에 이르러 포르투칼에서 불가리아까지 남유럽을 연결하는 도로를 주행하고(유러피언 루트 80) 이후 터키에서 일본까지 계속 동쪽으로 향하고(아시안 하이웨이 루트 1) 이후 호주로 건너가 대륙 한바퀴를 돌고(호주 하이웨이 루트 1) 다시 부산으로 와서 서울에서 여행의 마무리를 할 생각이다. 

 

<아시안 하이웨이 루트 1>

 

※ 아시안 하이웨이 루트 1: 터키 카피쿨레에서 일본 도쿄까지 총 길이 20,557km 종단 하이웨이 

 

도로가 연결되는 국가만 하더라도 일본,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이란, 터키까지 총 11개 국가이고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 주변 국가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14-15개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북한과 아프가니스탄은 현 상황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기에 (처음부터 포기) 한국과 중국 사이는 배편으로 이동하고 아프가니스탄은 포기하고 파키스탄 남쪽으로 돌아서 이란을 갈 계획이다. 

 

<트랜스 아프리카 하이웨이>

 

※ 트랜스 아프리카 하이웨이 루트 1: 이집트 카이로에서 세네갈 다카르까지 총 길이 8,636km 횡단 하이웨이. 

※ 트랜스 아프리카 하이웨이 루트 4: 이집트 카이로에서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총 길이 10,228km 종단 하이웨이.

 

가장 무서우면서 설레는 곳이 아프리카 루트가 되지 않을까. 특히 계획하고 있는 1번과 4번 루트를 중심으로 갈 생각인데 거리는 둘째치고 치안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곳이기에, 특히 탄자니아 이후 남아공까지는 정말 안전을 생각하면서 가야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살짝 걱정이 앞선다. 대충 루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해서 4번 루트를 따라 보츠나와, 짐바브웨, 잠비아, 탄자니아, 케냐, 에디오피아, 수단, 이집트까지 갔다가 루트 1번으로 갈아타서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까지 이동할 예정이다. 

 

<유러피언 루트 80>

 

※ 유럽피언 루트 80: 포르투칼 리스본에서 불가리아 카피탄 안드리보까지 총 길이 3,865km 횡단 하이웨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에서 포르투칼로 이동해서 다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코소보, 불가리아까지 총 9개 국가를 거치는 남유럽 루트이다. 원래 유러피언 루트는 이란 국경까지 이어져 있는데 터키 부분은 아시안 하이웨이 구간으로 넣고 싶은 생각에 불가리아까지로 정했다.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

 

※ 팬아메리칸 하이웨이: 미국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 우슈아이아까지 총 길이 30,000km 종단 하이웨이. 

 

가장 편하게 여행이 가능한 곳인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키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칠레, 파라과이,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까지 총 17개 국가를 거치는 단일 도로로는 가장 긴 코스가 될 것 같다. 북미와 남미는 익숙해서 걱정은 안되는데 중미에서 특히 다리안 갭을 통과하는 것에 대해 살짝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큰 걱정은 아니니까. 

 

<호주 하이웨이 루트 1>

 

호주 하이웨이 루트 1: 호주 대륙을 돌아보는 시드니에서 시작에서 끝나는 총 길이 14,500km의 하이웨이 

 

호주를 마지막까지 넣을까 말까 고민을 했다. 해안 도로를 따라서만 다녀야 하는, 그리고 이미 많은 국가들을 거쳐왔기에 재미가 살짝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 아닌 우려가 들기도 했지만, 이왕 모든 대륙을 다니는 것에 대해 의의를 두고 있으니 호주를 과감히 마지막에 넣었다. 해안도로를 따라서 마음 편하게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5개 대륙을 여행하는 장대한 계획을 세웠다.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이라 과연 어떻게 될지는 아무것도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앞으로의 시간 동안 차분히 준비를 하고 일단 출발하면 잘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분명 채울 수 없는 넘치는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설렘이 가득할 것 같다. 

 

 

 

 

2023년 4월 어느날,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뚫고 내 자리를 감싸안고 있는 어느 나른한 오후, 집중력이 풀리면서 문득 떠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싫은 것도 아니고,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아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싫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런데 이런 마음이 든 생각은 여전히 새로운 세계라는 곳의 동경이 무의식적으로 마음에 불어와서 이렇게 결심을 하게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다.

 

흔들리는 중년의 마음, 이런 것은 절대 아니고 10년 후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모니터 안에 갇혀 있을 것만 같아서 그런 모습에 매우 아쉬울 거 같아서, 더 늙기 전에 20대의 나를 다시 한번 꺼내서 죽어가던 버킷 리스트를 다시 한번 실행해보고자 싶은 채워가고자 싶은 끓어 오르는 마음이 커지다보니 이런 각오와 결심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 있겠지만 이제부터 준비를 하나씩 하다보면 점차 구체화되면서 더더욱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여튼 7년후, 2030년에 떠나기로 나는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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