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디로든 괜찮아 데려가줘요
환하게 내려오는 햇살을 타고
묻어둔 서글픔이 돌아올 날 기다린대도
지금 난 이대로 행복해"
떠나기로 결심했으니 어디로 향할까.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떠난다는 생각을 하면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차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이렇게 여행을 생각해본지가 대학원때 남미 여행 이후 처음이니까.
북미, 남미,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그리고 호주까지. 총 5개 대륙을 관통하는 하이웨이 프로젝트를 여행의 메인 테마로 잡았다. 직접 차를 몰고 5개 대륙을 운전하면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다닐 계획이다. 99%의 담대함과 거창함 하지만 1%의 무모함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살면서 이런 떨림은 정말 오랜만이다. 대학원때 유엔본부 인턴을 마치고 3개월간 남미를 여행한 이후 거의 처음이랄까.
대충 가고자 하는 루트를 계산해보니 총 주행거리가 87,786km 정도 되는데 거쳐가는 국가만 약 60개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일생 일대의 여행이 될 거 같다는 느낌이다.
일단 시작은 미국에서 시작해서 아르헨티나까지 간 뒤(팬아메리칸 하이웨이), 배를 타고 또는 비행기를 타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서 북상하여 이집트에 도착한 후(트랜스 아프리카 하이웨이 루트 4), 그곳에서 서쪽으로 지중해가 보이는 연안 도로를 타고 세네갈까지 이동하고(트랜스 아프리카 하이웨이 루트 1) 여기서 배를 타고 스페인에 이르러 포르투칼에서 불가리아까지 남유럽을 연결하는 도로를 주행하고(유러피언 루트 80) 이후 터키에서 일본까지 계속 동쪽으로 향하고(아시안 하이웨이 루트 1) 이후 호주로 건너가 대륙 한바퀴를 돌고(호주 하이웨이 루트 1) 다시 부산으로 와서 서울에서 여행의 마무리를 할 생각이다.
※ 아시안 하이웨이 루트 1: 터키 카피쿨레에서 일본 도쿄까지 총 길이 20,557km 종단 하이웨이
도로가 연결되는 국가만 하더라도 일본,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이란, 터키까지 총 11개 국가이고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 주변 국가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14-15개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북한과 아프가니스탄은 현 상황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기에 (처음부터 포기) 한국과 중국 사이는 배편으로 이동하고 아프가니스탄은 포기하고 파키스탄 남쪽으로 돌아서 이란을 갈 계획이다.
※ 트랜스 아프리카 하이웨이 루트 1: 이집트 카이로에서 세네갈 다카르까지 총 길이 8,636km 횡단 하이웨이.
※ 트랜스 아프리카 하이웨이 루트 4: 이집트 카이로에서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총 길이 10,228km 종단 하이웨이.
가장 무서우면서 설레는 곳이 아프리카 루트가 되지 않을까. 특히 계획하고 있는 1번과 4번 루트를 중심으로 갈 생각인데 거리는 둘째치고 치안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곳이기에, 특히 탄자니아 이후 남아공까지는 정말 안전을 생각하면서 가야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살짝 걱정이 앞선다. 대충 루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해서 4번 루트를 따라 보츠나와, 짐바브웨, 잠비아, 탄자니아, 케냐, 에디오피아, 수단, 이집트까지 갔다가 루트 1번으로 갈아타서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까지 이동할 예정이다.
※ 유럽피언 루트 80: 포르투칼 리스본에서 불가리아 카피탄 안드리보까지 총 길이 3,865km 횡단 하이웨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에서 포르투칼로 이동해서 다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코소보, 불가리아까지 총 9개 국가를 거치는 남유럽 루트이다. 원래 유러피언 루트는 이란 국경까지 이어져 있는데 터키 부분은 아시안 하이웨이 구간으로 넣고 싶은 생각에 불가리아까지로 정했다.
※ 팬아메리칸 하이웨이: 미국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 우슈아이아까지 총 길이 30,000km 종단 하이웨이.
가장 편하게 여행이 가능한 곳인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키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칠레, 파라과이,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까지 총 17개 국가를 거치는 단일 도로로는 가장 긴 코스가 될 것 같다. 북미와 남미는 익숙해서 걱정은 안되는데 중미에서 특히 다리안 갭을 통과하는 것에 대해 살짝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큰 걱정은 아니니까.
※ 호주 하이웨이 루트 1: 호주 대륙을 돌아보는 시드니에서 시작에서 끝나는 총 길이 14,500km의 하이웨이
호주를 마지막까지 넣을까 말까 고민을 했다. 해안 도로를 따라서만 다녀야 하는, 그리고 이미 많은 국가들을 거쳐왔기에 재미가 살짝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 아닌 우려가 들기도 했지만, 이왕 모든 대륙을 다니는 것에 대해 의의를 두고 있으니 호주를 과감히 마지막에 넣었다. 해안도로를 따라서 마음 편하게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5개 대륙을 여행하는 장대한 계획을 세웠다.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이라 과연 어떻게 될지는 아무것도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앞으로의 시간 동안 차분히 준비를 하고 일단 출발하면 잘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분명 채울 수 없는 넘치는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설렘이 가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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