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3. 

 

게이오 고교 구경(관련글은 여기)을 마치고, 게이오 대학 구경을 한다. 게이오 대학은 세부적으로 보면 총 6개의 캠퍼스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미타 캠퍼스, 히요시 캠퍼스, 쇼난 후지사와 캠퍼스로 구분할 수 있다.

 

미타 캠퍼스가 대학본부, 고학년 중심의 문과 계열 및 로스쿨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히요시 캠퍼스는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과의 1~2학년생의 수업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입학과 졸업 행사가 열리는, 게이오의 시작과 끝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다. 히요시 캠퍼스 중앙에는 2020년, 새로 만들어진 기념관 홀이 있다. 1958년 건립된 기존 건물은 수용 인원의 한계, 그리고 워낙 낡아 꾸준한 리모델링 요청이 있어왔고 아예 건물을 헐고 새롭게 만들자는 의견이 대두되어 이렇게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예전 기념관홀을 보면 정말 이게 학교 건물이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상한 외관이라 차라리 이렇게 현대식으로 바꾼게 훨씬 깔끔하고 나아보인다 (옛 건물 외관).

 

게이오 대학 구경을 하면서 다음 여행을 가게 된다면, 시간이 허용한다면 현지 대학교 구경을 하러 다녀야지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단한 이유라기 보다는 나중에 아이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할 때, 유명 대학 등을 보여주면서 보다 공부에 확고한 목표를 가지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석사와 박사를 해외에서 하고 싶었던 나의 개인적인 욕망도 있어서 현지 대학을 구경하면 마치 학교를 다녔던 느낌일 받기에 다음부터는 그렇게 해볼까 싶다. 

 

 

게이오 대학 구경을 마치고 다음 장소인 아키하바라로 향한다. 그전에 도쿄역을 잠시 들려야지. 생각해보니 도쿄역까지는 메구로선을 타고 바로 갈 수 있지만 히비야역에서 내려 걷는게 귀찮아서 (이미 게이오 고교 구경하면서 많이 걸어서 아침부터 지친 상태), 무사시코스기역에서 한번 환승하면 도쿄역까지는 한번에 갈 수 있다는게 더 나을거 같아 그렇게 가기로 결정했다. JR 요코스카선을 타면 도쿄역까지는 단 3정거장. 시간상 비슷하지만 도큐 메구로선을 타는 것보다 정차역이 많이 줄어들어서 조금 편하게 가는게 더 이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간과하지 못한게 하나 있었으니 환승 거리였다. 무사시코스기역은 하나이지만 도큐 토요코선과 JR 요코스카선은 별개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양쪽으로 환승시에는 엄청난 거리를 걸어야 한다. 도보로는 10분 거리라고 나와 있지만, 나에게는 절대로 10분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20분 정도?라고 해야하나. 그것도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다보니 더더욱 거리가 길게만 느껴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도큐 메구로선을 타고 갔어야 했나,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다. 

 

 

 

하지만 JR 요코스카선을 탄다면 좋은 점은 도카이도 신칸센을 최소 1회 이상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사시코스키역의 JR 요코스카선이 도카이도 신칸센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열차를 기다리다 보면 도쿄 또는 시나가와행 또는 신오카사카행 열차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 이미 몸은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신칸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만큼은 좋았다. 당장이라도 신칸센을 타고 어디라도 가면 좋을텐데. 한때 에반게리온 신칸센을 운영할 때, 신오카사에서 하카타까지 산요 신칸센을 타본적 있지만, 도카이도 신칸센(도쿄 - 오사카)은 아직이기에 신칸센을 보면서 제발 한번 탈 수 있는 기회를 바라는 간절한 소원을 빌었다. 

 

YOASOBI의 나고야 콘서트를 응모했기에, 만약 당첨이 된다면 콘서트 참석 이동 계획은 다음처럼 이동하기 않을까 싶다. 이렇게만 된다면 도쿄역에서 신오사카역까지 신칸센으로 이동할 수 있어 도쿄역에서 하카타역까지 전부 신칸센으로 이동한 경험을 쌓게 되는 것이다. 

 

이동 계획 : 김포 국제공항 → 하네다 → 도쿄역 → 나고야역(1박) → 신오사카역 → 간사이 국제공항

 

 

 

JR 요코스카선을 타고 도쿄역까지 잠들어버렸다. 게이오대와 게이오 고교를 둘러본게 전부 다인데 지쳐버리다니. 다른 건 둘째치고 발목이 너무나도 아픈게 여행의 어려움이 되는 것 같다. 최근부터는 오랜 시간 걸어다니는게 단순히 힘든것을 벗어나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되어버렸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도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평발이라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 않나 추측해본다. 그나마 체력이 있던 20대 시절에는 하루 종일 걸어다녀도 살짝 피곤만 할 뿐,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걸 보면 한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점차 커지고 있다. 

 

도쿄역에 도착했다. 아키하바라로 바로 이동할 생각도 있었지만 잠시 도쿄역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의 현관이라 불리는 도쿄역은 도카이도 신칸센과 도호쿠 신칸센의 기점이자, 재래선인 도카이도 본선과 도호쿠 본선의 시발역 역할을 하고 있다. 일평균 승차량 또는 일일 발착 열차 수로는 다른 역(신주쿠역, 우메다역 등) 비교하면 낮은 규모이지만, 여러 관점에서 보면 일본 철도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도쿄역 주변은 최근 2-3년간 일본에 불어닥친 부동산 열풍을 반영하든 신축 또는 리모델링이 완료된 건물이 많이 보인다. 부동산 열풍은 단순히 도쿄역 일대만 그런 것이 아닌 시부야, 긴자, 신바시, 시나가와 등 핵심 부도심 일대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코로나 이후 일시적인 반등의 결과일까 아니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지는 아직 그 누구도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부동산 붐이 과연 일본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많이 궁금할 따름이다. 

 

 

도카이도 신칸센의 다이어를 보면 저런 스케줄로 운영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촘촘한 스케줄이다. 최소 3분에서 최대 9분 사이의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배차 간격을 두고 있다. 등급 구분, 정차역 제한 등으로 미친듯한 다이어가 돌아가는 역량을 가진 JR 도카이에 더욱 놀라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전체 JR 회사 중에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정부 지원 없이도 회사 단독으로 시나가와역에서 신오사카역까지 고속 자기부상 노선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에 더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간략한 설명을 하자면, 13시 39분부터 14시 49분까지 약 1시간 동안 21편의 열차가 도쿄역에서 출발한다(특별 편성 포함). 21편의 열차 중에서 17편이 최고 등급인 노조미, 2편이 중간 등급인 히카리, 그리고 나머지 2편이 최저 등급인 코다마. 

 

  • 노조미: 신오사카역까지 정차역은 시나가와역, 신요코하마역, 나고야역, 교토역까지 총 4개로 고정. 
  • 히카리: 매시 3분과 33분에 출발. 정차역은 노조미가 정차하는 역을 기본으로 시즈오카역과 하마마츠역에 정차하는 패턴, 기후하시마역과 마이바라역에 정차하는 패턴으로 구분. 차이는 나고야역 전후 정차 여부.
  • 코다마: 신오카사역까지 모든 역 정차. 

이와 같은 기본 구조로 편성을 설정함에 따라 히카리가 정차하는 동안 노조미를 1~2편 먼저 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30분 배차 차이가 있는 히카리는 몇 분 차이를 두고 신오사카에 도착하는 규격화를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만약 인명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결국에는 이 모든 다이어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러한 다이어를 느껴보기 위해 도카이도 신칸센을 더더욱 타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든다. 그렇기에 제발, YOASOBI 나고야 콘서트 당첨되기를! 

 

 

짤막한 도쿄역 구경을 마치고 아키하바라로 향한다. 지난 3월에 왔을 때 사지 못했던 피규어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채. 예전에는 아키하바라를 일정의 가장 최우선 순위로 두었을 뿐더러 최소 2번은 왔었을텐데 이번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최우선으로 오기는 커녕,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잠시 들리는 수준? 정도였다. 그것도 1시간 내외로 보고 마무리하자라는 계획까지도 세웠다. 

 

아직까지도 몸과 마음은 활활 타오르는 덕후이지만, 예전만큼은 아닌 거 같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뭐라도 사야해라는 강박관념으로 대형 샵부터 조그마한 샵까지 뒤졌는데, 지금은 몇 군데 돌아다니고 (대충 위치를 아니까), 없으면 다음에 오면 되겠지라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이다. 한때 유키 미쿠에 미쳤었을 땐 (지금도 여전하지만), 왠만한 샵은 다 뒤졌는데, 지금은 아마존이나 라쿠텐에서 직구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정확히 3군데 (리버티, 스루가야, 트레이더)만 들어갔고, 트레이더에서 지난 번에 구경조차 못했던 라이자 피규어를 손에 넣었다. 후후. (31,000엔 주고 샀다)

 

 

관심이 많이 줄어든 이유로는 아무래도 아키하바라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도 한몫을 하는 듯 싶다. 코로나 이전에는 덕후질을 할 수 있는 샵들이 많아 원하는 취향에 따라 돌아다니고 구경하는 재미가 컸었다. 이러한 다양성이 덕후질을 보다 촉진하고 즐겁게 만드는, 즉 말하자면 덕후들이 핵심 소비층으로 있으면서 라이트한 사람들이 모이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를 경험하며 수많은 규모에 상관 없이 희귀한 상품을 취급하였던 중고 상점들이 폐업을 하고 사라지면서 핵심 소비층이었던 덕후들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라이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신을 하면서, 특히 중국(또는 대만, 홍콩 등) 중고물품 판매상들이 그 자리를 많이 대체하며 그나마 남아있는 상품들마저도 싹스리하는 수준까지 와버렸다. 

 

결론적으로는, 코로나 이전에 갔었던 아키하바라는 다양하고, 독특하고, 새롭고, 구경거리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아키하바라는 타겟 대상을 확장하는데는 성공하였지만, 오타쿠의 문화가 많이 사라져버리고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강하게 느끼며 씁쓸함이 가득할 뿐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다음에 도쿄에 가면 나는 분명 아키하바라를 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무엇을 살까 고민하겠지만, 예전만큼은 아닐 거 같다는 느낌부터 드니 변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만이 크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아키하바라에 머물렀던 시간은 정확히 1시간 10분 밖에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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