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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여행

[도쿄] NO VINYL, NO LIFE.

imymemyself 2023. 10. 14. 02:22

2023.09.21. 

 

아침부터 열심히 눈에 담았던 도쿄 게임쇼를 마무리하고 다시 신주쿠로 돌아간다. 예전 같았으면 다음 일정을 바로 진행했을텐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일단 숙소에서 쉬는 것을 선택했다. 날씨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계속 우중충해서 이대로 돌아다니다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할거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일단 신주쿠역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고민을 한다. 아까 왔던 방법으로 다시 돌아가면 되겠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관계로 조금이나마 편한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특급등급 '와카시오'를 떠오르게 되었다. 도쿄역까지는 논스탑으로 가기에 최소한 열차에서 얼마정도 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다이어가 맞기를 바라며, 비싸더라도 편하게 가는 방법으로 결정했다. 몇분만 기다리면 와카시오가 도착하기에 마음이 놓인다. 와카시오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남아 멍을 때리고 있다가 플랫폼 끝에 여중생인 듯한 학생이 핸드폰에 집중하며 열차를 기다리는 모습이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인 장면 같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 잠시 프레임안에 두었다. 좋은 모델이 되어줘서 고마움을 느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여파인가, 도쿄 게임쇼에 집중한 결과인가. 와카시오에 탑승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눈이 감기고 말았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도쿄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에 눈이 떠졌다. 20~30분 걸린 듯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 동안 잠든 느낌이라 조금 개운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몸은 무거워 간신히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서 신주쿠역에서 내려,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침대로 직행해버렸다.

 

눈이 떠졌다. 침대에 몸이 파묻혔다고 해야하나, 원없이 잠을 잔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7시. 그러고보니 아까 점심 먹은 뒤로 먹은게 하나도 없다보니 배가 고파져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다. 그러다가 생각난게, 도쿄에 올 때마다 항상 빼놓지 않고 먹는 카레우동 전문점이 생각나 메구로로 가기로 했다. 그전에 잠시 시부야를 들러야지. 

 

 

최근 도쿄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라면 시부야 이곳이지 않을까. 관광지로는 예전부터 유명하였지만, 근래 도쿄 부동산 붐 영향으로 시부야역 주변으로 시부야 히카리에,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파르코 시부야 등 새로운 건물들이 올라가면서 대규모의 스카이라인이 형성되, 일명 '시부야역 재개발 프로젝트'가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도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며 시부야는 전체적인 변화를 겪는게 한눈에 보였다. 

 

단순히 건물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유수한 IT 기업들도 다시 시부야로 돌아오면서 시부야의 분위기가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와 판교가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롯본기에 있던 구글 재팬이 다시 시부야로 돌아오고, 그밖에도 라인 재팬, 사이버 에이전트 등 IT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뒷골목 분위기가 강했던 시부야가 미국의 실리콘 밸리, 한국의 판교테크노밸리와 비슷한 느낌으로 전환하는 모습이 크게 느껴졌다. 

 

시부야에 온 목적은 타워 레코드. 작년 생일에 셀프 선물로 턴테이블을 사고 LP를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는데, 기대보다 재미가 생기면서 제대로 즐기고 싶은 마음에 잠시나마 구경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기억으로는 신촌과 강남에도 타워 레코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젠 옛 추억이 되어버렸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음반 매장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시부야 타워 레코드는 여전히 건재하다. 아니, 이제는 랜드마크가 되어버려 시부야에 오면 꼭 가야하는 성지순례의 장소가 되었다. LP 레코드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시작하였고, K-POP 전용 판매층이 있는 등, 스트리밍 시대에서도 로망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하면서 이젠 외국인에게도 시부야 타워 레코드는 필수로 들려야 할 곳으로 인지되고 있을 정도이다. 

 

타워 레코드 6층에는 LP 레코드만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디스크 유니온가 보유한 양에 비교하여서는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렇게 수많은 LP 레코드를 한층 규모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제 막 LP 레코드의 매력에 빠진 나에게 있어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어떤 것을 살지 생각은 하지 않고 일단 구경만 하자는 목적으로 왔기에 편하게 둘러보면서 디깅을 한다. 야먀시타 타츠로, 타케우치 마리아, 우타다 히카루, 사카모토 류이치, 나카모리 아키나 등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아티스트들의 LP 레코드를 보는 것만으로도 오르가즘에 빠질 지경이다. 로망 그 자체다. 2주 뒤에 도쿄에 다시 올 예정이니 그전까지 위시리스트를 만들어서 꼭 사야지. 

 

타워 레코드 뿐만 아니라 디스크 유니온, 레코판 등 크고 작은 LP 레코드 전문점이 있는 도쿄는 로망으로 가득할 수 밖에 없다. 아키하라바 구경 가는 것보다 LP 레코드 구경하러 다니는게 이제는 더욱 즐거운 일이 되었다. 이래서 도쿄는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그런 곳이다. 나에게 있어서. 

 

 

한참 구경을 마치고 계단으로 내려가다 올해 3월에 타계한 사카모토 류이치의 타워 레코드 포스터가 눈에 띄였다. 타워 레코드의 이러한 포스터 구성은 정말 멋진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 「NO MUSIC, NO LIF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캠페인데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아티스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축해서 하지만 의미있게 표현하는 방식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것이 타워 레코드를 표현하는 상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1년 3월 초, 큰 수술을 하고 오랜 입원 끝에 새로운 집으로 돌아왔다. 
몸이 조금 회복되던 3월 말의 어느 때, 문득 신디사이저에 손을 대보았다.
뭘 만들자는 의식은 없고 그냥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의 상처가 조금 덜 받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때까지는 소리를 내기는커녕 음악을 들을 체력도 없었지만,
그날 이후로, 틈틈히, 아무렇지도 않게 신디사이저나 건반을 만지고, 
일기를 쓰듯 스케치를 녹음해갔다. 
거기서 마음에 드는 12개 스케치를 골라 앨범으로 만들어보았다.
아무것도 입히지 않고 감히 순수함 그대로 제시해본다. 
앞으로도 체력이 떨어질때까지 이런 일기를 계속할 것이다. 

 - 오리지널 앨범 「12」 메세지 인용

 

 

자, 이제 구경을 다했으니 저녁을 먹으로 가야지. 메구로역에 있는 '콘피라차야'. 우동으로 유명한데, 여기서는 꼭 카레 우동을 먹어야 한다. 2015년인가, 그때 도쿄에 왔을 때 성환이형과 함께 간 곳인데, 그 뒤로 도쿄에 올때마다 꼭 가야하는 나만의 맛집이다. 주인 사장님은 나를 기억 못하겠지만, 항상 갈때마다 반겨주시는 모습에 더욱 맛있게 먹을 수 밖에 없다. 오늘도 카레 우동과 생맥주로 하루를 마무리 해야지. 

 

 

내일은 꽃다발 같은 사랑을 찾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