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7. 여행 2일차. 

 

 

시간을 보니 벌써 4시다. 숙소에 돌아왔을 때가 2시반이었고, 편히 쉬면서 3시에 발표된 도쿄돔 좌석을 확인하고 공카에서 이런저런 반응을 보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다. 도쿄돔 좌석이 애니패스에 나타난 순간, 공카 반응이 매우 흥미로웠다. 도쿄돔 좌석이 어디에요라는 일반적인 질문부터 이 좌석 별로일까요,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간다는 등 여러 반응으로 가득했다. 한국에서도 많은 스위프티들이 도쿄돔에 왔으니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건 자연스러웠다. 

 

 

몸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만들었으니 이제 콘서트를 즐기러 가야지. 원래 계획은 지하철을 타고 미타선의 스이도바시역에서 내리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게 가려니 귀차니즘 발동하여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도쿄돔에 가까워질수록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코스튬이 점차 변하는게 보였다. 테일러와 함께 하고 싶어, 테일러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스위프트의 모습을 보니 나도 가슴이 점차 두근두근거렸다. 

 


 

에라스 투어의 2023년 마지막 콘서트가 끝나고, 11월부터 1월까지 약 3개월동안 테일러 스위프트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타임지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인물'이 되어 타임지 커버를 장식하였다. 2017년에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긴 당시에는 5명의 다른 여성들과 공동 선정이 된 것이었고, 자신의 본업이 아닌 다른 활동이 선정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예인 최초로 자신의 본업으로 되었기에 그 의미가 더욱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024년 에라스 투어의 재개를 앞두고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역사상 최초로 4번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 그전까지는 시상식 최초로 올해의 앨범상을 세 번 수상한 역사상 네 번째 가수이자 최초의 여가수 기록을 가졌는데 스스로가 자신의 기록을 갱신하며 음악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었다. 어떤 의미냐면 불멸의 아티스트라 할 수 있는 스티비 원더, 프랭크 시나트라, 폴 사이먼도 3번밖에 하지 못한 올해의 앨범상에 그녀는 '1'을 더했다는 것이다. 앨범이 출시될 때마다 그녀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상업적으로도 음악성으로도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사로 잡는 기염을 선보였고 이번 수상을 한 앨범 <Midnights> 앨범은 그 정점에 있는 앨범이었으니 그녀의 수상에는 전혀 이견이 없었다고 본다. 

 

 

 

이번 그래미 시상식에서 그녀는 자신의 정규 11집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의 발매 예고를 깜짝 발표하였다. 마치 정규 10집 앨범 <Midnights>의 발매 예고를 MTV VMA에서 Video of the Year를 받으며 최초로 깜짝 발표했던 것과 비슷했다. 테일러의 수상에 기뻐하고 있던 나를 비롯한 스위프티들은 그녀의 깜짝 발표에 기절초풍을 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22년 10월에 <Midnights> 앨범이 발매되고, 2023년 3월에 에라스 투어가 시작했으니 따지고 보면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투어를 진행하면서 앨범 제작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 수록곡이 31곡이니, 소처럼 일한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테일러를 통해 증명이 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테일러의 새로운 남자친구인 '트레비스 켈시'가 뛰고 있는 캔자스 시티 치프스가 슈퍼볼에 진출을 확정하였다. 그때부터 미국 언론들은 테일러가 과연 도쿄 공연을 끝내고 슈퍼볼이 열리는 라스베가스에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내용을 놓고 주요 뉴스로 다뤘다. 메이저 언론들 이외에도 유튜버, 커뮤니티 등에서도 많은 언급이 있을 정도로 캔사스시티 치프스가 슈퍼볼에 진출했다는 것보다 테일러의 이야기가 더욱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주미 일본 대사관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공식 성명을 발표할 정도였다. 간략히 말하자면 12시간의 비행 시간과 17시간의 시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말하는데, 슈퍼볼이 시작하기 전에 라스베가스에 도착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센스있게 Speak Now, Fearless, Red를 사용한 것은 좋았다지. 한 나라의 대사관이 움직일 정도이니 테일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도쿄돔 시티는 이미 스위프티들로 가득했다. 형형색색의 코스튬을 입고 돌아다니는 그대들을 보면서 역사적인 현장에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도쿄를 가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확고하게 결정을 내려서 도쿄에 온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결정을 한 나를 정말로 칭찬하고 싶다. 하하하하하. 굿즈를 살까도 했지만, 대기에만 거의 1시간 30분 가까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굿즈 사려고 했다간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돔 앞은 이미 축제 현장이었다. 표현하자면 전세계 스위프티들의 5년만의 정모라고 할 수 있을거 같다. 아시아의 스위프티들은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도쿄를 왔야했었고 (나를 포함해서), 미국을 비롯해서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서구권 스위프티들도 도쿄로 몰려들었다고 하니 뉴스로만 보았던 에라스 투어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처음 보았을 뿐인데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친해질 수 있었던 곳이 여기지 않았나 싶었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지만 가까이 가서 '우정 팔찌'를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었다. 지구 평화가 여기서 이루어지는구나. 정말 테일러 스위프트는 우주 대통령이라는게 느껴진다.

 

공카에서 만난 몇몇 한국 스위프티들을 공연 시작 전에 만났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낯선 느낌은 전혀 없고 오랜만에 본 친구처럼 '우정 팔찌'를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교환하고, 테일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정신없이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보니 공연은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공연 중인 것처럼 텐션은 매우 높아졌다. 빨리 공연을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공연까지는 이제 1시간 남짓 남았다. 공카분들과는 재미있게 즐기라고 서로 인사를 한 뒤, 입장 게이트로 이동했다. 보안이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생각한 것보다는 그렇지 않았다. 애니패스 앱을 켜서 QR 코드로 본인 확인을 한 뒤, 별도의 짐이 있다면 따로 검사하는 것 이외에는 입장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았다. 드디어 도쿄돔에 입성이구나!!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이지만, 나에게는 테일러와 함께하는 공간이다. 

 

 

 

드디어 공연장에 들어왔다. 벌써 자리는 많이 차여 있었다. 저 멀리 VIP석도 사람들로 바글바글. 처음에는 S석이라 시야제한석일까봐 걱정이 앞섰는데, 그렇게 나쁜 자리는 아니다. 아주 또렷하게 테일러를 보는 것은 못하지만 공연 무대를 넓게 볼 수 있으니 이거라도 만족할 따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IP 구역에 있는 사람들이 부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욕심을 조금만 더 내볼껄.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계속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필시 나 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6시가 가까워지자, 대형 스크린에 보여지고 있는 시계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6시가 되는 순간 공연장의 모든 빛이 꺼지더니 스크린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Miss Americana' 음악이 흘리면서 댄서들이 화려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왜 비명을 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서 그런거 같았다. 그리고 댄서들 가운데서 테일러가 등장하는 순간, 도쿄돔은 환호, 감탄, 기쁨의 소리로 가득찼다. 그리고 대망의 'Cruel Summer'이 흘러나오는 순간 또 다른 비명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영화로 이미 보고 와서 기분이 덜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냥 좋아서 괴물 같은 내 목소리지만 테일러가 부를 때 따라 불렀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공연장은 이미 절정의 순간이었다. "Hello, Tokyo!"라고 말할 때는 도쿄돔 무너지는 줄 알았다. 

 

20대 때는 수많은 공연을 다녔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이러한 공연을 가는 것도 낯설었다. 하지만 큰 마음을 먹고 여기에 오니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있으면 꼭 가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공연하는 테일러를 보며 내 생애 언제 이런 공연을 다시 갈 수 있고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테일러의 체력이 대단하고, 자신의 무대에 매우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테일러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눈물이 흘렀다.우리의 윗세대가 비틀즈, 마이클 잭슨의 시대를 살았더라면 나는 테일러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정말 잘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티켓 가격도 전혀 아깝지도 않았고 그 이상의 만족을 얻었으니까 뭐가 부족하랴. 데뷔 앨범부터 최신 앨범까지 10개의 시대를 관통하며 같이 테일러의 팬으로서 있었구나라고 새삼 추억이 소록소록 들었다. 나 정말 여기 온거 잘한거 같아, 스스로에게 칭찬해줘야지. 

 

 

 

 

 

 

 

 

마지막 곡 'Karma'가 끝나며 컨페티가 휘날리는데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3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더 해줘도 좋은데, 이대로 보내기 아쉬울 정도였다. 괜히 하루 공연만 티켓을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카에서 4일 공연 내내 간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도 그럴게 할 걸. 아쉽다. 내 인생 언제 다시 테일러의 콘서트를 갈 수 있는 순간이 다시 올까. 앞으로 몇 달간은 오늘 하루의 추억으로 버티고 오늘을 기억하고 힘을 내면서 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굿즈를 아니 살 수 없었다. 도쿄돔에서 빠져 나오는 사람들, 굿즈를 사기 위해 줄서는 사람들, 도쿄돔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 등이 한꺼번에 모이니 정신이 없었다. 일반 머챈을 사기에는 긴 줄을 기다리는게 자신이 없어서 (이때 어느 정도 체력이 망가진 거 같은 느낌) 타워레코드 굿즈라도 사야지하고 줄을 섰다. 그나마 짧은 줄이었다. 15분쯤 줄을 서서 기다리니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뭘 살까 고민을 하는데 뒤에서 사람들이 기다리니 얼른 빨리 골라야했다. 그래서 결국 고른것은 'Midnights' 앨범 LP 2장! 어차피 살거, 여기서 사는게 낫겠지.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도쿄 공연이 끝나고 몇일 뒤에 나온 일본 뉴스를 보니, 약 3,000억원에 가까운 경제효과가 4일간 발생했다고 한다. 전년도 동기간 비교해서 22만명의 방문객이 증가를 했고, 도쿄도 한정으로 세금이 200억 가까이 추가로 증가했다는 것은 덤이고. 이러니 각 나라 정치인들이 자기 나라에서 공연을 해달라고 요청하는게 십분 이해가 갔다. 나같아도 그럴 듯.

 

 

 

 

정신 없이 갑작스럽게 온 도쿄였지만 정말정 단 한톨의 먼지만큼의 후회도 들지 않은 공연이었다. 이제 5월부터 유럽 공연이 시작되는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야지. 내한도 해줬으면 좋겠다. 몇배의 가격을 내더라도 후회하지 않을테니 제발제발 꼭! 공연의 여운에 빠져서, 행복의 극치를 느껴서 도쿄에서의 두번째 밤은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Thank you the most generous thoughtful loving fans on the planet. 
This is all because of you and all for you. 
(지구상에서 가장 다정한 팬 여러분께)"

 

 

우리는 지금 테일러 스위프트 시대에 살고 있다. 전 세계가 테일러 스위프트 'The Eras Tour'에 열광하고 있다. 각 나라 정치인들이 직접 편지를 보내 자국에서 투어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하고, 투어가 열리는 도시에서는 임시로 도시 이름을 테일러와 비슷하게 변경하는 등, 가히 테일러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제발 지배해줬으면) 

 

테일러 스위트트의 이번 투어가 만들어내는 경제 효과는 가히 그 어떤 투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누군가는 그녀의 투어를 올림픽, 월드컵, 슈퍼볼과 비교해야 한다고 하였다. 숫자로 표현하자면, 2024년 11월 마무리 예정인 투어의 예상 수익은 10억 달러 이상. 지난 7월 8일, 스웨덴에서 끝난 엘튼 존의 'Farewell Yellow Brick Tour'가 기록한 9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가뿐히 뛰어 넘을 것이라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한다. 단순히 콘서트 수익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의 투어가 열리는 도시에는 수많은 팬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일반 관광객까지 방문하며 그로 인해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진정한 경제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투어의 첫 시작이었던 애리조나 글렌데일 지역의 상점들은 올해 초 열렸던 제 57회 슈퍼볼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 또한 보스턴에서는 콘서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호텔, 레스토랑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한 LA에서는 총 6번의 공연이 열렸는데, 이 기간 동안 LA를 방문한 관광객이 약 42만명이고 인당 평균 1300달러의 소비가 발생하였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LA 지역의 GDP가 3억 2천만 달러가 증가했다고 LA 타임즈가 추정하였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행차가 지나간 도시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코로나때 무너진 관광 산업이 살아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그녀가 가져다 준 경제적 축복 덕분에 호황을 누린 미국의 각 도시들은 이에 보답을 화끈하게 하였다.

 

 

 

미네소타 주지사는 그녀의 공연이 열렸던 6월 23일과 24일 이틀간을 'Taylor Swift Days(테일러 스위프트의 날)'로 지정하였고, 피츠버그 시장은 주말 한정하여 도시 이름을 'Swiftsburg'라 변경하고, 캔자스 시티 시장은 실제로 있는 'Swift Street'를 'Swift Street (Taylor's Version)'으로 바꿔버렸다. 워싱턴주의 천연자원부는 그녀를 '명예 지질학자'로 임명하는 한편, 플로리다 템파에서는 시청과 다리 곳곳을 빨간색으로 점등하였다고 한다. (세금으로만 73만 달러 수익이 들어왔으니 당연히 이정도는 해야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에서는 그녀를 '명예 손님'이라 지칭하고, 뉴질랜드 항공에서는 호주 투어를 가는 사람들을 위해 비행기 안에 특별 좌석을 마련하고, 편명도 그녀의 앨범 1989에서 따온 'NZ1989'로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NASA 고다드 우주센터에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녀의 앨범이 출시된 해에 맞춰서 촬영한 역사적인 우주 사진 10장을 개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정도면 그냥 슈퍼스타가 아니라 지구 대통령이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마이클 잭슨 이후로 이렇게 사랑받는 슈퍼스타가 누가 있었을까. 앞으로는 전혀 없을거 같다는 생각이다. 

 

이번 투어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블록버스터 투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투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 문화적 · 사회적인 파급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Eras Tour 하나만으로 57개의 공연이 끝난 현재, 2억 2,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그녀가 진행하였던 5개 투어에서 기록한 수익을 다 합치더라도 지금 투어 기록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아직 89개의 공연이 남아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무후무한 지구 역사상 투어 신기록이 세워지는 것이다. 티켓 판매와 각종 굿즈 판매를 더하고 영상화 권리까지 가져가고 (테일러 스스로 제작사를 만들어버렸다), 2차 상품 판매까지 감안한다면 어마무시한 수익이 창출되는 것이다. 그것 뿐이겠는가. 관광업, 여행업, 패션업 등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산업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니 그녀 혼자만으로 지구 경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음악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애플과 스포티파이를 굴복시켰고, 티켓마스터는 그녀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할 정도로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각국의 내노라하는 정치인들이 자국에서 투어가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트위터를 통해 센스있게(테일러의 노래 가사를 응용한) 캐나다에서 투어가 열리기를 희망하였고, 테일러는 이에 화답하듯 밴쿠어에서 3번, 토론토에서 6번의 공연을 추가시켰다. 호주에서는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공연이 열릴 예정인데 그녀의 행차에서 제외된(?) 퍼스, 브리즈번, 아들레이드 주지사를 비롯하여 주요 지역 정치인들은 그녀의 방문이 무산된 것을 아쉬워하며 추가적인 공연을 요청하였다. 그녀의 광팬이라 할 수 있는 가브리엘 보리크 칠레 대통령은 직접 그녀에게 서신을 편지를 보내고 유튜브를 통해서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에서만 열리는 남미 투어에서 칠레를 포함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하였다. 

 


 

 

그녀의 월드 투어 마차 행렬은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폴만을 간택하였다. 나름대로 한국도 매력적인 곳이었겠지만, 아무래도 공연할 장소가 없을 뿐더라, 음반 시장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다보니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2011년 Speak Now 투어때 한국에 와준 그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국내 정치인들은 해외 정치인들처럼 센스를 발휘할 생각도 전혀 못하고 있으니 더더욱 아쉬움만이 클 뿐이다. 아예 테일러 스위프트가 누군지도 모를 인간들이 수두룩 하겠지. 

 

그나마 다행인건 CGV 독점으로 'Taylor Swift: The Eras Tour' 공연을 상영한 것 정도? 단 3일간이었지만 그것마저도 납득할 수 있었고 이해하고 행복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본 사람은 5천명 내외.  그녀의 기념비적인 10집 앨범 <Midnight>가 발매되고, 그녀는 각 앨범을 테마로 삼은 The Eras Tour를 기획하게 된다. 거기에 영상화하겠다는 아이디어까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요 대형 배급사들(소니, 디즈니, 파라마운드, 유니버설, 워너 브라더스 등)과 미팅을 진행했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공연을 봐주기를 희망했고,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고 미국 유명 영화관 체인 회사인 AMC와 협업하여 직접 배급하는 결정을 내렸다. 몇가지 조건(주말 상영, IMAX 상영 등)이 충족되면서 그녀의 영화는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었다. 진행 중에 있는 투어의 대흥행과 함께. 

 

 

 

<Lover> 앨범으로 시작한 투어. 올드 테일러의 귀환이자, 당시 연인이었던 (지금은 과거가 되버린) 조 알윈과의 사랑에 빠진 그녀가 표현하고 싶었던 모든 감정들이 고스란히 콘서트에서 볼 수 있어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려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 준 <Fearless> 앨범 시대로 돌아갔다. 겁이 없었던 당당함으로 무장한 그녀가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 시절로. 지금의 우리가 10-20대 어린 나이였을 때, 기타를 치며 컨트리 음악을 부르며 무대 위로 등장한 10대의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그 시절. 10대의 테일러가 부르는 10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30대의 테일러가 부르는 10대의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되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 Lover  

 

 

■ Fearless

 

 

 

과거의 향수에서 벗어나 펜더믹의 한 가운데서 예고도 없이 공개한 <evermore> 앨범 시대로 돌아왔다. 사람들과의 거리가 여전히 간격을 유지하고 있을 때, 17편의 서로 다른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며 언젠간 이 시절이 지나갈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토닥해주는 느낌이다. 'Champagne Problems'를 부르기 전, 테일러는 이 곡을 만들며 꼭 공연에서 들려주고 싶다고 말하였는데, 팬더믹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이 노래가 끝나고 8분간의 기립 박수가 있었다고 하는데, 왜 그랬는지 알거 같았다. 나라도 분명 그렇게 했었을 것이다.

 

고요함과 차분함이 이어질거 같았던 무대는 순간 <reputation> 앨범으로 전환이 된다. 테일러의 모든 시절을 통틀어 가장 많은 질타와 조롱, 그리고 공격적이고 피로감을 불러 일으켰던 흑화된 테일러의 시기였으니까. 판매량으로는 그해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였지만 평가로는 안좋았으니까. 그리고 케이티 페리와 카니에 웨스트와 있었던 각종 이슈들에 대해서도 정면 돌파를 선택한 그녀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더 이상 밝기만한 소녀가 아니에요라고 음악적으로 과감한 변신을 추구한 당시의 선택은 결국, 테일러 스위프트만이 좋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은 'Don't Blame Me', 'Look What You Made Me Do'라는 걸출한 콘서트용 노래가 추가가 되어버렸으니까. 이렇게 고조될 것만 같았던 공연은 <Speak Now> 앨범으로 넘어가며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Enchanted' 한곡만 불렀지만 연보라색 드레스 하나로 공연장을 압도해버렸다. 과감한 연출력이다. 

 

 

■ evermore

 

■ Reputation

 

■ Speak Now

 

 

다시 흥을 즐겨볼까요?라고 말하면서 소파이 스타디움이 강렬한 붉은색으로 뒤덮이며 <Red> 앨범으로 전환이 된다. 컨트리 음악과 작별을 고하고 본격적으로 팝으로 뛰어드는 시기이다. 혹시 'Red'가 나올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세트리스트에는 포함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We are never getting back together'는 하나의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댄서들과 코러스와의 호흡이 유쾌하고 멋졌다. 왜 댄서들과 코러스들도 섹시하고 멋있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 All Too Well (10 minutes version)'이 나오는 순간, 소파이 스타디움이 침묵에 빠졌다. 테일러의 팬이라면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고 듣고 싶어하고 느끼고 싶어하는 노래니까. 개인적으로 2014년도 그래미 공연(링크)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테일러 버전이 더 마음에 든다. 앞으로 10분 버전만 주구장창 들어야지 :)

 

그리고 테일러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평가가 좋은 <folklore> 앨범으로 빠져든다. 세계적인 봉쇄령이 내려진 2020년, 테일러가 겪은 감정의 변화들을 Betty, James, Augustine의 각자의 이야기로 풀면서 이야기를 전해준다. 팬더믹이 없었다면 절대로 나오지 못했을, 아니 설마 나왔다 하더라도 분위기가 달랐을법한 따뜻한 앨범을 오두막 컨셉의 무대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듯 불러주었다. 압도적인 높은 선호도였던 Cardigan이 세트리스트에는 없었지만 Betty와 august(리뷰는 여기로)를 들을 때는 눈물이 날 뻔했다. 다음에는 기회가 있다면 <folklore>의 노래들로만 구성된 투어가 있어 각각의 배경을 살린 무대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Red

 

■ folklore

 

 

이제 공연이 끝나가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도 중간이다. <Red> 앨범이 컨트리와의 안녕을 고한 순간이었다면, <1989> 앨범은 공식적인 팝 앨범이자, 그녀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예상되로 <1989> 앨범의 라인업은 텐션을 높이는 곡으로 가득하다. 'Blank Space' 뮤비에서 골프채로 차를 부시는데, 역시나 이 공연에서도 골프채로 차를 때려부수는 연출을 하신다. 역시나 연출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텐데 그것을 해낸다. 'Shake it off'에서 <1989>를 마무리 할 줄 알았는데 'Bad Blood'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reputation>처럼 이제는 이 노래를 즐기는 거 같아 보인다. 

 

<1989>가 끝나면서 마지막 <Midnights> 앨범으로 넘어온다. 그녀의 기념비적인 10집 앨범이다. 라벤더색의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등장한 그녀는 'Lavender Haze'를 부른다. 1950년대 미국에서 사랑에 빠졌다는 관용구로 Lavender Haze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라벤더색과 정말 어울렸다. 테일러 스스로도 사랑에 빠졌을 때 빛나는 순간을 다룬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앨범의 리드 싱글이자, 테일러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Anti-Hero가 흘러나왔다. 누구나 자기에 대한 좋고 싫은 점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솔직하게 표현한 곡이라 하는데, 그 자체로도 좋았다. <Midnight> 앨범이 아직 귀에 쏙쏙 들어오지는 않지만, 계속 귀에 익숙해지고 좋아해야지. 

 

 

■ 1989

 

■ Midnights

 

 

다시 시간을 되돌려 2005년, 테네시 주 네슈빌. 블루버드 카페에서 금발의 10대 소녀가 기타를 치며 오디션을 보았다 (테일러의 오디션 영상). 이름은 테일러 스위프트, 장르는 컨트리. 오디션을 본 수많은 사람 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잊혀질 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성공하지 못하고 이름 없는 가수로만 남아있을 것이라 믿었다. 18년이 지난 2023년, 그녀는 혼자만의 힘으로 거대한 스타디움을 7만명의 사람들로 가득 채우고, 스타디움에 들어가지 못한 2만명의 사람들이 주차장에서 그녀의 음악을 들으며, 환호하고, 열광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가 그녀의 횡보에 집중하고 있다. 

 

1집 <Taylor Swift>에서 10집 <Midnights>까지, 각기 다른 감정과 분위기를 담아 만든 소중한 앨범과 노래들을 그녀는 Eras Tour를 통해 맘껏 선사하였다. 자신이 얼마나 모든 앨범을 사랑하는지, 음악 하나하나를 소중히 하는지, 그것을 증명하고자 노력한 모습이 투어에서 맘껏 보였다. 슈퍼스타로 거듭나면서, 불화를 해결해야 했고, 루머를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며, 잠재력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혼자서 빛난 것이 아닌, 같이 함께한 댄서들과 코러스 그리고 밴드까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모습에서 테일러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현장에 있는 팬들의 모습에서 즐기고 있다는 것을 영상을 통해서 보면서 나도 저런 표정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면서 아시아 투어가 열리는 도쿄와 싱가폴의 티켓을 알아보게 되었다. 매진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가보고 싶다. 정말이다. 

 

엔딩 크레딧은 'Long Live (Speak Now 투어의 라이브)'. 테일러의 팬들이라면 '찬가'라 여기는 곡. 테일러가 팬들에게 사랑을 담아 전달하는 팬송. 눈물이 흘렸다. 가사 한줄 한줄을 쓸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가기 전까지는 정말 망설였는데, 3시간이라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테일러가 전달하는 고마움. 정말로 뜻 깊은 시간이라 감동이었다. 행복으로 가득차서, 벅차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Remember this moment"

이 순간을 기억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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