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拝啓、藤井樹様。お元気ですか? 私は元気です。」
처음 볼 때보다 두번째 볼때가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혹은 더 슬프거나, 또는 더 스릴 있는 영화가 있기 마련이다. 우선 타이타닉. 보면 볼수록 더 슬프고 아픔답다. 쇼생크탈출, 그리고 러브레터.
세상에 뜬금없이 후지이 이츠키가 책 빌려가는 장면에서 왜 눈물이 났을까.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며 '후지이 이츠키 스트레이트'라는 말을 했을까라는 생각이라든가, 혹은 이츠키가 자신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야?'라고 했을 때 침묵 뒤 '아니'라던가. 정말로 (평범 훌쩍 서 봤다) 그 섬세한 선이 너무 좋다.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에 진행되는 나레이션.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저는 잘 지냅니다'로 끝나는 간단하지만 히로코가 온갖 설레는 마음을 꼭꼭 담아 쓴 편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 상대방의 요청에 하나하나 되짚어가는 중학교 시절의 추억, 죽어버린 연인이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쓰는 편지. 그 문장에 담긴 안타까움과 망설임은 히로코가 편지를 쓰는 모습을 상상케 한다.
'그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운명을 느끼진 않았을까요…?'라는 대사... 거기에 계속 깔아두는 복선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제법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다. 후지이 이츠키가 여자애들에게 쑥맥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친구들의 말, 고백하진 못해보고 마지막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건네줄 때의 뒷모습이 더 빛나게 하고, 아버지가 폐렴으로 돌아가셨다는 말과 함께 계속되는 이츠키의 감기는 그녀의 쓰러짐에 당위성이 된다. 게다가 음악까지. 한동안 (예전에) CDP에 러브레터 CD만 올려놓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스트리밍이지만. 그 음악이 너무너무 좋았다.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진 'A Winter Story'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음악들도 모두.
한 평론가의 말을 빌리자면 「어깨에 살풋 내려않는 눈송이 같은 느낌」이란다. 살풋, 하는 그런 느낌.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 사이에서 두가지 플롯이 교차되던 영화는 (혹은, 앞의 두가지에 과거 회상을 더하는 세가지 플롯이겠다) 결국 히로코가 지금까지 이츠키가 보내준 모든 편지를 모두 돌려보내는 것으로 마무리 맺는다. 이 바로 앞 히로코의 씬이 그 유명한 '오겡키데스까'이니 잘 지내냔 인사로 히로코는 결국 다 털어버린 것일까. 히로코의 본심이 어찌되었건 이러한 설정은 라스트 씬의 사소한 감동으로 영화를 몰입시킨다.
라스트 씬을 이야기하자면 모교 방문 얘기를 안하고 갈 수 없지. 아무렇지 않게 추억을 이야기하던 이츠키의 마음은, 모교 방문 이후 조금 달라지게 된다. 일단 첫번째는 그 이해할 수 없었던 괴짜 이츠키가 행하던 '자신 이름 기록하기' 퍼레이드는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귀여운 제수씨에게 형제의 어린 시절을 일러 바치듯 이야기했던 그 추억속 인물이, 이제는 고인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나서 후배들이 가져다준 책에서, 이츠키가 마지막으로 가져다준 책에서, 그의 마지막 고백을 본다. 여자 앞에서 쑥맥이라던 그 이츠키가 지금까지 수없이 고백해 온 것도 확실하게 그 책에서 알게 되었고, 이사를 앞으도 그 쑥맥 이츠키가, 마지막으로 얼마나 굳은 결심으로 가장 큰 고백을 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 장렬한 고백 앞에 처음으로 그를 위해 눈물을 글썽이는 이츠키.
오히려 가장 유명한 '오겡키데스까'보다도, 나는 이 라스트 씬을 좋아한다. 좋아하기보다는 가슴이 아린다. 히로코에게서 반송된 편지는, 이츠키에게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중학교 시절을 회상한 것 이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