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형태만 있으면 된다 (この国の民主主義は形だけでいい)"
첫번째 이야기, 홍콩에서.
2021년 6월 24일, 홍콩의 마지막 자유로 상징되던 '빈과일보(蘋果日報)'가 폐간하였다. 마지막 신문이 나오던 그날 늦은 밤, 수많은 홍콩 사람들이 본사 앞에 모여 마지막 호 신문을 들고 무언의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마지막 호 신문은 총 100만부가 발생되었고 전량 소진이 되었다고 한다. 홍콩 전체 인구가 약 750만명인데 전체 인구의 13% 가까이가 구매한 셈이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사그라들던 홍콩의 자유와 민주화 운동에 마지막 타격을 날린 것이다. 그렇게 수백여년간 이어져왔던 홍콩의 자유는 빈과일보의 폐간과 함께 무너져버렸다.
두번째 이야기, 미국에서
미국 보수우파를 대변하는 폭스뉴스. 친공화당 성향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에 대한 맹비난을 퍼붓는 것으로 유명하다. 덤으로 가짜뉴스까지. 이러한 폭스뉴스의 행동에 대하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 민주당은 대변인을 통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 할 뿐 어떠한 법적인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4월 29일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에서 "언론의 자유는 자유 사회의 기둥이며 적이 아니다. (중략) 토마스 제퍼슨은 우리가 언론 없이 정부를 가져야 할 지, 아니면 정부 없이 언론을 가져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나에게 맡겨졌다면 나는 주저 없이..후자를 선택할 것이다"라는 인용으로 언론의 자유를 변함없이 수호하겠다는 말로 자신의 관점을 밝혔다. 물론 폭스뉴스에 대한 풍자는 여전하였지만.
세번째 이야기, 한국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9월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 매체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소위 공영방송이라는 곳들이 받아서 증폭시키고 특정 진영에 편향된 매체들이 방송하고 환류가 된다. (중략) 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 (중략) 이런 부분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과감히 전달했다.
이제서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본다. 영화는 크게 3개의 시선으로 주제를 전달한다. 국가주의를 앞세워 체제를 지켜야 하는 절대 권력을 보유한 집단, 그러한 권력의 어두운 면을 쫒으면서 자유주의를 수호하고 감시하는 권력을 가진 집단, 그리고 두개의 거대한 권력 사이에 놓인 개인을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정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든다.

절대 권력을 지닌 집단은 자신들의 부조리를 숨기기 위해 언론을 통제하고 대중을 속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신상 털기, 가짜 뉴스, 인신 공격, 댓글 공작, 언론 사주, 여론 호도 등 실행 가능한 모든 수단들을 동원하여 대중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정보의 신뢰성을 낮춰 핵심을 흐리도록 한다. 성폭행 당한 사실을 용감하게 꺼내어 미투 운동을 한 여성에게는 꽃뱀이라는 등의 인터넷 여론을 만들고 대중적인 사적재제를 가하고 인신공격을 한다. 비리를 폭로한 관료에게는 친정부 언론을 동원해 블랙리스트로 만들고 자살을 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본질에서 벗어난 것에 여론을 집중하게 만든다.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곧 국가의 미래와 안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감시하는 권력을 지닌 집단은 정부가 숨기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을 최우선 정의로 삼고 있다. 그렇다고 진실을 추구한다고 해서 이들이 절대 선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특종이라는 미명하에, 알 권리라는 명목하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직 관료의 장례식에 모여든 기자들은 슬픔에 가득찬 남겨진 유족들에게 모욕적인 질문을 한다. 또한 정치계의 성추행을 폭로한 피해자에게 가슴골이 이쁘다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꺼내는가하면, 친정부 성향을 보이는 언론들은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모습도 서슴없이 보여준다.

절대악과 절대선이라는 경계가 모호해질 시점, 영화는 개인의 딜레마에 집중한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정의를 위한 것인지, 정의에 반한 것인지 해당 선택에 따른 후폭풍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대한 두려움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진실을 찾고 알리고자 하는 행동은 결국 신문기사를 통해 만천하에 폭로가 되고 정부의 눈치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언론사들도 후속 취재를 진행하기 시작하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를 짓는다.
신문기자는 정부에 비판적이지만 언론의 자가성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거대한 부패권력과 싸울 경우, 이에 맞서 싸워야 하는 언론이 권력에 굴복하여 권력의 나팔수가 되는 것에 대한 자기 성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언론 자유도를 가지고 있던 일본의 언론 자유도는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한 2012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한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11위였던 일본의 언론자유지수는 2013년 53위, 2018년에는 67위를 기록하며 급격한 하락을 겪었다. 아베 신조 내각 기간 동안 언론자유지수 하락은 어쩌면 우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부와 사회에 대한 정당한 비판마저도 허용하지 않고 불법 수준으로 취급하는 아베 신조 내각의 모습은 20세기 초 폭주했던 군부와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60-80년대 유신헌법과 보도지침이라는 모습으로 언론을 길들였던 한국의 그것과도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신문기자라는 사회파 영화가 개봉한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일본의 살아있는 양심들은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몰아주며 그동안 외면했던 진실에 대해 힘을 보태주었다.
'극장에가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Taylor Swift : The Eras Tour (0) | 2023.11.08 |
---|---|
블루 자이언트. (0) | 2023.10.30 |
콜드 워. (0) | 2023.08.27 |
보이후드. (0) | 2023.07.16 |
남은 인생 10년. (0) | 2023.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