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여행

[도쿄] 시작은 퍼스트 클래스.

imymemyself 2023. 9. 30. 00:46

2023.9.20. 

 

포인트 쌓는 것을 무척이나 귀찮아 하는 내가 유독 집착하는 포인트 적립이 있다면 항공사 마일리지다. 마일리지를 쌓는 궁극적인 목표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천과 뉴욕 구간 또는 인천과 마드리드 구간을 마일리지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해외를 갈 때는 오로지 대한항공 또는 스카이팀을 주로 이용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저가 항공, 반값 할인, 특가 상품 등은 나의 선택 사항에서 제외가 된다. 또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신용카드도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형으로 바꾸면서 최대한 많은 마일리지를 쌓고자 노력하고 있다.

 

도쿄 게임쇼가 목적이었던 이번 여행도 비스니스 클래스 티켓을 구매했다. 마일리지를 추가로 쌓을 수 있다는 장점 하나 때문에, 그리고 일본, 동남아 노선은 가격면에서도 부담스럽지 않아 이코노미 클래스 보다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왕복하는 것이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2시간 30분 거리라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렇게나마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점인 큰 장점이다. 

 

 

9월 20일 새벽. 공항버스를 타고 도착한 2터미널.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 있다. 늦은 휴가를 가기 위해 혹은 미리 추석 연휴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 중에는 나처럼 도쿄 게임쇼에 가기 위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테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프리미엄 체크인 카운터로 향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돈을 쓰는 만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좋은 점인거 같다. 개인적 바램으로는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이용자들에게도 패스트 트랙 라인 혜택을 제공했으면 한다. 아직은 노약자, 가족 동반 등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패스트 트랙 라인 도입이 어려운 이유가 국민 위화감 조성이라는 것이 정말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적 정서를 감안하여 특정 클래스 이상 이용자들의 패스트 트랙 라인 사용을 불가한다는거 자체가 인천 국제공항의 경쟁력을 스스로 까먹지 않을까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의 허용하는 범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다는 것이 (그것도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로) 아이러니하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평소와 같이 여권과 모바일 티켓을 보여줬다. 잠시 조회를 하더니 담당 직원이 항공권을 발급해주며 설명을 곁들인다. 

 

"고객님, 오늘 나리타행 비즈니스 클래스가 만석이라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해드렸습니다" 

 

뭐라고? 잠시 귀를 의심했지만 당황한 표정은 짓지 않고 확인차 다시 물어보니 퍼스트 클래스가 맞다고 하면서 밝은 웃음과 함께 좋은 여행 되시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퍼스트 클래스라니!!!!! 이런!!!!!!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된적은 간혹 있었지만 퍼스트 클래스 업그레이드 혜택을 받다니. 드디어 인생 목표 달성인가라는 기쁨, 환희, 흥분, 성취감 등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여행 시작부터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 

 

 

보안 구역에서 간단한 출국 심사를 마치고 바로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로 이동했다. 원래부터 면세 구역을 돌아보는 것은 관심 사항이 아니고 또한 새벽부터 집에서 나왔기에 라운지에서 쉬면서 간단하게 허기라도 때우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도쿄 여행때는 라운지가 한산한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예상외로 사람들이 많아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간신히 빈자리 하나를 발견하여 가방을 놓고 맥주와 빵과 과일을 가져와 마시면서 긴장을 푼다. 그리고 다시 한번 좌석 넘버 '01'이라고 적힌 항공권을 바라본다. 정말 퍼스트 클래스가 맞는지. 진짜다. 

 

와이프한테 퍼스트 클래스라고 말하니 믿지를 못한다. 아니, 퍼스트 클래스가 있어라고 오히려 반문할 정도로 퍼스트 클래스가 되었다는 것을 의심을 한다. 하지만 항공권을 보여주니 그제서야 관심을 보이며 비행기 탑승 후에 좌석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려달라고 말한다. 단톡방에도 퍼스트 클래스라고 말하니 많은 분들이 매우 흥미로운 관심을 보였다. 2시간 여행이라 아쉬울거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그렇습니다. 매우 아쉽습니다ㅠㅠ) 

 

맥주 2잔과 와인 1잔을 마시니 살짝 알딸딸 취한 느낌이다. 이따 탑승하고 또 마실테니 라운지에서는 여기까지. 

 

 

보딩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라운지를 나와 와이프가 부탁한 가방을 사고 탑승 게이트로 향한다. 저기 오늘 내가 탑승할 항공기가 보인다. 그와중에 날씨는 이미 비가 많이 내리는 상황. 새벽 집에서 출발할 때는 내릴듯 말듯 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강한 비로 바뀌다니. 지난 3월의 도쿄 여행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그때도 날씨가 안좋아서 여행 내내 고생했는데, 이번에도 설마? 계속 야후 재팬의 날씨와 아이폰 날씨를 동시에 확인하면서 설마 또 그러겠어라는 희망 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탑승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항공권 확인을 마치고 보딩 브릿지로 향한다. 이게 퍼스트 클래스의 느낌이려나. 이런말 하는 거 자체가 웃기긴 하지만 퍼스트 클래스 부심(?)이 살짝 드는 순간이다. 보딩 브릿지를 지나 비행기에 탑승하고 항공권을 보여주니 퍼스트 클래스로 안내해준다. 두근두근. 퍼스트 클래스가 다가오는 순간이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그래도 익숙한데 퍼스트 클래스는 과연 어떨까. 짐을 정리하고 안내 받은 좌석은 생각 이상으로 넓었다. 이게 퍼스트 클래스라는 것인가. 잠시 앉아 있으니 웰컴 드링크를 가져다 주신다. 맘 같아서는 다 마시고 싶지만, 아직 기내식도 있으니 오렌지 쥬스로 선택한다. 마시기 전에 인증샷은 잊지 말아야지.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좌석과 화면과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어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거. 물론 기류 이상으로 인해 계속 아무것도 못하고 앉아있어야 했지만 구형 기종이다보니 여러모로 아쉬웠다는 것. 하지만 뭐 어떠랴, 퍼스트 클래스니 이 정도 호사를 누리는 것도 매우 기분이 좋은걸.

 

 

창밖은 여전히 강한 비가 몰아치지만 도쿄의 날씨는 다르겠지라고 스스로 생각해본다. 얼마만의 도쿄인지, 얼마만의 도쿄 게임쇼인가 등등 이륙전까지 대부분 기쁨의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찬다. 

 

승객들 탑승이 완료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리타를 향해 이륙을 한다. 이륙은 문제가 없었는데 기류 문제인지 계속 비행기가 30분이 지나도 흔들린다. 슬슬 기내식 서빙 준비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승무원들까지 좌석에 착석하라는 기장의 안내 방송 때문에 거의 1시간 가까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기내식 서빙이 이루어진다. 사전에 주문해두었던 해산물 파스타가 정갈스럽게 준비되어 나온다. 이코노미 클래스와 큰 차이는 없지만 넓은 트레이 하나만으로 식사를 하는데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점, 정말 좋다. 맛은 평범? 장거리 구간이나 최고급 항공사, 예를 들어 싱가포르 항공이나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사가 아닌 이상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뛰어난 맛의 기내식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퍼스트 클래스라는 후광 효과로 인해 평범한 맛의 파스타도 미쉐린 급의 파스타로 각인된다는 것은 어쩌면 세뇌된 뇌의 영향이었을 것이라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화면을 보니 어느덧 일본 고마쓰 근처를 지나고 있다. 이말은 즉슨, 도쿄가 가까워졌다는 의미이다. 얼마 남지 않은 비행 시간이지만 퍼스트 클래스에서의 시간을 더욱 누리고 싶어 와인을 추가 주문한다. 기류 불안정만 아니었다면 기내식을 빨리 마무리하고 서비스를 더 많이 경험했을텐데 그게 많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 최초로 퍼스트 클래스를 타는 경험을 누려서 이제는 여한이 없을거 같다는 느낌도 든다. 물론 여전히 마일리지 적립으로 퍼스트 클래스를 타겠다는 목표 의식(?)은 강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퍼스트 클래스를 어떻게 경험해야 할지 뉴비에게는 많은 체험학습을 한 시간으로 여겨진다. 

 

 

비행기는 이제 착륙 준비를 한다. 지난번 왔을 때는 늦겨울의 잔향이 남아있는, 봄을 맞이하기 싫어하는 쌀쌀함으로 가득했는데 과연 9월말의 도쿄는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게 된다. 더울것이라는 것도 어느정도 생각하면서 살짝 가을의 느낌을 기대하고 싶어진다. 도쿄 게임쇼 참석을 비롯해서 도쿄의 지인들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는 등 여러가지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어디를 꼭 가야겠다는 것은 아니고 익숙한 도쿄를 더더욱 익숙하게 경험하는 것이 목표인지라 정신 없이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을 하였다. おかえ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