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마음을 먹고 책으로 가득 쌓여있던 방 정리를 했다.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많았고, 엄청나게 공부한 흔적으로 가득 했고, 게중에서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해서 놀라웠다. 1998년 영화 잡지 '스크린' 11월호 애독자 카드였다. 글자 하나하나가 정성을 담아 쓴 것처럼 또박또박 적혀있었다. 꼭 나를 봐주세요, 뽑아주세요 그런 마음이었나보다. 어떤 내용을 적었을까 궁금했다. 김하늘을 무척 좋아했었나보다. 좋아하는 여자 배우, 원하는 표지 인물에 김하늘이라고 매우 크게 썼네. 98년에는 영화 업계에서 일하고 싶었나보다. 하고 싶은 말에 미국 영화 연구소에서 무슨 공부를 해야하는지, 조건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한 것을 보면 그땐 영화를 무척 좋아했었나보다. 갑자기 많이 그리워진다. 별 것 없는 시절을 할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보니 참 좋은 시절이었던 그 시절. 이 엽서는 차마 보내지 못하고 가끔씩 98년의 내가 그리워질 때 꺼내봐야지.
'기억의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어짐에도 매너라는 것이 있다. (0) | 2023.07.26 |
---|---|
오늘 하늘. (0) | 2023.07.17 |
5월. (0) | 2023.06.01 |
아제르바이잔 바쿠. (0) | 2023.05.31 |
일요일이었던 5월의 어느 하루. (0) | 2023.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