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때문에 누워있는 것을 빼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던 지지난주 어느날, 언젠가 꼭 봐야겠다고 생각만했던 보이후드를 보았다. 한 소년이 청년이 되기까지 12년간의 일상을 무덤덤하게 기록한 성장 영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엄마의 치열했던 삶의 나날들을 보여주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더욱 깊숙하게 들었다. 소년의 이야기인 <Boyhood>지만, 소년의 유년기를 담은 <Motherhood>라고. 

 

첫번째 이혼 후,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엄마는 큰 도시로 이사를 간다. 아무것도 몰랐던 철없던 시절에 낳은 아이들을 책임지기 위해 뒤늦게나마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한다. 중간에 새로운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재혼을 하고 차분한 삶을 살거라 믿었지만 그런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두번째 이혼 후, 엄마는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작은 도시로 이사를 간다. 바쁘게 공부하고 아이들을 챙기면서 안정적인 강사 자리도 얻는다. 다시 새로운 남자를 사귀면서 행복한 삶이 있을거라 희망을 가졌지만 결국 그 남자와도 헤어지면서 세번째 이혼을 결심한다. 그래도 엄마는 끝까지 아이들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엄마의 바램대로 대학에 입학을 한다. 그리고 청년이 된 소년이 독립을 위해 짐을 하나씩 쌀 때, 엄마는 눈물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한다. "난 뭔가가 더 있을 줄 알았어".

 

이 순간, 눈물이 났다. 엄마의 삶이 뭔가 대단한 것들만 가득한 줄 알았는데 막상 지나와보니 딱히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이들은 성장을 하고, 점차 친구와의 관계 깊어지고,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면서 그러면서 불행히도 엄마의 존재는 점차 미약해진다는 것을. 별거 아니었던 일상의 조각들이 하나씩 모여서 소년의 인생과 엄마의 삶을 만들어왔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지금까지의 내 삶이, 나의 행복이, 나의 취향이 모두 엄마의 존재로 가능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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