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에 개막한 제97회 선발고등학교 야구대회(이하 센바츠)에, 98년만에 이례적인 일로, 오사카부 대표팀이 단 한팀도 출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출전을 못하게 된 것이다. 12번의 우승과 총 215번의 승리를 차지할 정도로 모두 일본에서 가장 많은 우승과 승리 횟수를 가지고 있다. 오사카 야구가 일본 고교야구다 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과거에는 PL 가쿠엔 고교, 오사카 토인 고교처럼, 봄·여름 연속 우승을 이룬 명문 학교들이 오사카를 대표해 활약하며 한 시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런 '고교야구 최고의 격전지'로 불리턴 오사카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오사카에서 출전하는 학교가 한 곳도 없게 된 것에 대해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기자회견 장에서 들려온 마지막 말 한마디가 회장을 무겁게 만들었다. 지난 1월 24일 제97회 센바츠 출전교 발표일에 선발에서 탈락한 오사카 가쿠인 대학 부속 고교의 츠지모리 에이이치 감독이 남긴 말이다. 오사카 가쿠인 대학 부속 고교는 지난해 가을 오사카부 대회에서 3위를 기록, 킨키 지구 대회에 출전하여 첫 경기에서는 교토부 대회 3위인 호쿠료 고교를 1-0으로 간신히 누르고 승리했지만 준준결승에서는 대회 우승팀인 토요 대학 부속 히메지 고교에 0-4로 패배했다. 토요 대학 부속 히메지 고교의 에이스 사카시타 렌에게 얻은 안타는 6개로 철저히 타선이 봉쇄당했다. 9회에는 1사 1·2루의 기회를 만들며 기회를 노렸지만 결국 무득점으로 완봉패를 하였다. 이 경기에서 사카시타 렌이 던진 공은 90개. 완봉승을 헌납한 것과 다름 없었다. 츠지모리 감독은 이경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경기에서 단 한점이라도 뽑았더라면 센바츠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오사카부 대회에서 3위였지만 킨키 대회 두 경기에서는 고작 1득점. 킨키 대회에서는 8강에서 끝났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선발이 되면 행운'이라는 마음도 있었다"

 

한편, 오카사부 대회 1위로 킨키 대회에 나섰던 리세이샤 고교, 2위 오사카 토인 고교도 모두 1회전에서 각각 시가 단기 대학 부속 고교, 시가 가쿠엔 고교에게 속절없이 무너지며 모두 1회전에서 탈락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킨키 대회가 끝난 시점부터 야구 관계자들, 특히 오사카부 고교야구연맹에서는 "내년 봄, 오사카에서 한 팀도 센바츠에 못 나오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돌기 시작했고,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실제로 22년전인 200년 제 75회 센바츠에서도 오사카부 대표 3팀이 모두 킨키 대회 첫 경기에서 탈락했지만, 오사카부 1위였던 킨키 대학 부속 고교가 선발되어 체면을 지킨 적이 있었다. 이처럼 어떻게든 이어져 온 '오사카의 연속 출전'이라는 전통이 이번 봄을 끝으로 끊기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오사카부 고교야구연맹 이사장인 이리미 미노루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결과적으로 킨키 대회에서 졌기 때문에 저희가 언급을 하기엔 조심스럽다. 경기 내용에 따라 한두가지 선택을 달리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핵심은 오사카 팀들이 충분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일부에서는 '오사카 고교 야구의 수준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야구 관계자, 고교야구 취재 기자 등의 언급에 의하면 그 실력은 변하지 않았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98년만에 오사카 팀이 단 한팀도 센바츠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이번 상황에는 도대체 어떤 배경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가을 오사카부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리세이샤 고교의 타다 아키라 감독은 당시의 경기를 회고하며 "킨키 대회에서는 실책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타격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 전부라고 본다. 사실 오카사부 대회에서도 오사카 고교와의 경기, 5회전의 코코쿠 고교와의 경기 등 전반적으로 타격이 수월하지 않았던 경기가 있었다. 4회전 호쿠요 고교 경기도 결과적으로는 큰 점수차로 승리했지만 경기 초반은 쉽지 않은 흐름을 탔었고 팀 전체적으로 타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을 대회는 신팀이 결성된 이후 처음 치르는 공식전이다. 오사카부를 포함하여 전국 모든 학교가 아직 팀으로서 완성되지 않은, 말 그대로 발전 단계의 상태이다. 특히 리세이샤 고교의 경우에는 구팀에서 살아남은 주전은 내야수였던 츠지 류사와 야노 루이 단 두 명 뿐이었다. 팀 전체의 구성이 크게 바뀐 만큼, 전국 무대라는 경험치면에서도 불리함이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타다 감독은 추가로 덧붙였다. 

 

"신팀 선수들은 체구가 작아, 예년처럼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우리 팀에는 없었다. 따라서 특히 가을 공식전에서는 역부족이었다고 생각한다"

 

리세이샤 고교는 시가 단기 대학 부속 고교의 좌완 에이스 타쿠라마토 히라무에게 고전했다. 최고 구속 125km/h 밖에 되지 않지만 뛰어난 제구력으로 리세이샤의 타선을 농락한 기교파 투수였다. 1회 1사 3루에서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렸지만, 그 이후는 안타가 이어지지 않았고, 결국 기록된 7안타는 모두 단타였다. 한편, 오사카 토인 고교 역시 첫 경기에서 시가 가쿠엔 고교를 만나 최고 구속 142km/h를 던지는 우완 투수 나가사키 렌타에게 7안타를 뽑아냈지만 연속 안타가 나온 것은 4번 뿐이었고, 이때 득점한 2점이 전부였다. 그 결과 시가 가쿠엔 고교에게 패하며 5년 연속으로 이어지던 센바츠 출전이 끊겼다. 

 

그렇다면 '오사카부 팀이 센바츠에 한 팀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으로 받아들여야할까? 결과로는 그렇지는 않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알려진 것처럼 오사카는 '고시엔의 안방'이라 불리며 전국에서도 카나가와현, 도쿄부 등과 같이 손꼽히는 격전지다. 그러나 비슷한 격전지라 할 수 있는 카나가와현도 2015년부터 3년 연속 센바츠 출전이 없었고, 2022년, 2024년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또한 강호들이 몰려 있는 아이치현 역시 지난 20년을 뒤돌아보면 2007년, 2011년, 2013년, 2022년에 출전하지 못한 '공백의 해'가 있었다. 

 

제97회 센바츠 킨키 지방 출전 학교를 보면 효고현과 나라현에서 각각 1팀, 와카야마현과 시가현에서는 각각 2팀씩 출전했다. 특히 킨키 대회에서 오사키부 팀을 꺽은 시가현 학교들은 최근 전국 대회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센바츠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오미 고교, 작년 여름 고시엔에서 베스트8에 오른 시가 가쿠엔 등이 대표적이며 시가현 야구는 지금 눈에 띄게 성장 중에 있다. 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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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키 지구에서 유일하게 전국 우승이 없는 현으로 한때는 시가현은 '고교 야구의 후진 지역'이라고도 불리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이미지를 거의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각 도도부현간의 전력 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에 오사카 팀이 센바츠에 출전하지 못한 것 역시 크게 낙담할 일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저출산으로 야구 소년들의 감소와 야구부 해체 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여름 대회에서 어떻게 되살릴지 그 부분에서야 말로 오사카부 야구의 진짜 '자존심'이 드러날 시점인지도 모른다. 오사카부 고교야구연맹의 이리미 미노루 이사장도 말한다. 

 

"토너먼트 방식의 경기는, 우연한 일이나 여러 가지 변수가 겹치며 결과가 결정되곤 한다. 이번에도 타격이 잘 안 됐다거나, 실수가 나왔다거나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그것을 각 학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센바츠도 시작되니까, 각 팀이 다시 분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리세이샤의 타다 아키라 감독도 같은 마음이다. 

 

"가을에 패배한 그 아쉬움은 지금도 여전하다. 앞으로의 경기 속에서, 그 아쉬움을 어떻게 되살려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름만큼은 꼭…! 그런 강한 마음이 있다"

 

 

공립 고교가 사라지는 일본 고교 야구의 현재 (feat. 고시엔의 존폐)

제106회 전국 고교 야구 선수권 대회(이하 고시엔)가 교토 국제 고교의 우승으로 100주년을 맞이한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마무리 되었다. 교토 국제 고교의 우승은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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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바츠가 끝나면 전국 각지에서 봄 대회가 열리고, 그리고 곧 여름 고시엔을 향한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된다. 100년에 걸쳐 이어져온 일본 고교야구의 역사 속에서, PL 가쿠엔 고교가 황금기를 만들고, 오사카 토인 고교가 전국을 지배하던 시절처럼, 오사카 고교 야구는 늘 시대를 이끌어왔다. 지금은 반발력이 낮은 배트에 대한 대응 같은 세세한 과제들도 많지만, 앞으로의 또 다른 100년을 향해, 오사카 고교야구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 출처

1) Sports Graphic Number Web 

2) Number Graphic Premium

3) 아사히 신문 (2024.11) 

4) 일본고교야구연맹

5) 오사카부 고교야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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